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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레저 바로알기 19.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해양레저
관리자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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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인간의 삶에 ‘기계’라는 것이 도입된 1차 산업혁명은 인간, 동물 등 쉽게 지쳐버리는 유기체와는 차원이 다른 기계의 물리적 힘과 높은 생산성을 통해 세계의 질서를 순식간에 바꾸어 버렸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국가는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식민지가 되어 제국주의 국가 간의 싸움이 끝난 뒤에야 독립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2차, 3차 산업혁명이 있었지만, 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신했던 1차 산업혁명과 같은 극적인 생산성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판단을 기계가 대체하게 되는 4차 산업혁명은 1차 산업혁명 이상의 급격한 격차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 기술은 점차 완성도를 올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율주행 기술 옵션 구매에 소극적이며, 자동차 구매 선택에 결정적인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자동차 자율운항 기술이 인간의 운전 기술보다 낫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인간 최고의 베스트 드라이버 이상의 운전 능력까지 기술 완성도가 올라가게 되면 오히려 운전 실력 격차가 심한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모든 차량의 출발지와 목적지, 도로에 주행 중인 차량의 총량과 밀집도 등을 빅 데이터로 관리하여 경로를 분산하고, 불과 몇 센티의 폭으로 차량 간 간격을 유지할 수 있게 통제하여 이동시간을 급격히 단축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에는 다시 한번 극적인 생산성 차이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것이 ‘안전’한가의 차이


사람들의 선택이 변화하게 되는 터닝포인트는 결국 어떤 것이 더 ‘안전’한가 이다. 우리는 무리하게 빨리 이동 중에 사고가 나는 것보다 좀 늦더라도 안전하게 이동한 것이 낫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교통정보, 네비게이션의 추천 경로, 운전자의 과거 경험 등의 자료를 종합해 스스로 운전경로를 결정하고 있다. 운전자는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하면서 빨리 가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이 더 안전하다면 모든 정보와 기술을 통합한 빅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 내는 기계를 이겨내기는 어렵다.


이제 선박 산업에도 자율운항기술 개발이 본격화되었으며 우리나라의 대형조선사들이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대형 선박뿐만 아니라 레저 선박에도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며 자율운항 기술을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2023 경기국제보트쇼에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과 비교하면 조만간 우리 삶에 변화를 줄 만큼 가까이 와 있지는 않다. 진화된 기술은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크게 바꿀 것이지만 지금은 인간이 충분한 학습을 해야 한다.



안전한 운전을 위해서는 충분한 학습인 도로연수가 필요


인간이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운전자 개개인의 자동차 운전 숙련도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사고 기간으로만 측정한다면 장롱면허 등 운전을 하지 않을수록 유리해지는 모순이 있다. 그래서 자동차 보험사는 차량을 소유한 기간과 무사고 기간을 연계하고 티맵(Tmap) 등 실시간 길 도우미를 이용 시 급가속, 신호 준수 등 운전 습관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책정한다. 일반적으로 렌터카를 빌릴 때나 자동차 보험 가입 시에 운전자 나이 26세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보험사와 렌터카 업계는 26세를 기준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사고확률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의무 교육 13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그마저도 13시간 중 실제 도로연수는 6시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학과 3시간, 자동차운전 전문학원 장내 4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상당수의 운전자는 도로연수 6시간으로는 자동차를 직접 몰고 혼자서 도로주행을 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운전 의무교육시간이 60시간이고 독일과 호주도 2년 임시(잠정)면허를 먼저 발급한 후 요건을 충족해야 정식면허를 발급한다. 한국도 2010년 면허시험 간소화 시행 이전에는 60시간이었다.



안전한 해양레저 활동을 위해서도 충분한 학습이 필요


보팅과 요팅, 피싱, 서핑, 스쿠버 다이빙 등 해양레저를 즐기기 위해서는 낯선 장비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라는 장비를 다뤄야 하는 도로주행과 비교해 보면 이용하는 시간과 빈도가 낮으므로 익숙해지는 데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수시간 13시간도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자동차와 달리 동력수상레저기구는 면허취득 후 도로주행과 같은 연수를 해야 하는 법적 기준이 없다.


해양레저 활동의 최대 가치인 ‘힐링’은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한 해양레저 활동이 끝나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보트 운항의 경우 보트를 계류장으로부터 움직여 물결로 흔들리는 해상으로 보트를 내리고 해상엔진, 배터리, GPS 어탐기 등 각종 장비를 작동하여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해도와 해상 네비게이션을 확인하며 여러 부의와 부표를 파악하고 다른 선박과 어망, 양식장들을 회피하여 수심과 파도에 주의하며 낯선 바다에서 항해를 해야 한다. 물론 피싱, 스쿠버 다이빙 등 다른 해양레저 활동을 위한 장비를 다뤄야 하는 것은 별도이다.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이 중요한 해양레저


이러한 과정을 하나하나 나눠보면 모두 학습이 필요하다. 보트만 해도 해상엔진에 대한 원리, 응급 시 조치 방법, 평소 관리 방법, 트레일러 운행 방법, 보트 상하가 방법, GPS 어탐기 사용법, 해도 읽는 법, 항로 설정법, 부표 식별법 등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요트는 이뿐만 아니라 바람 상황에 맞춰 세일을 다루는 법, 앵커링, 레이더 사용법, 전자장비 사용법 등 학습 대상이 더 늘어난다. 외부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는 환경인 바다에서 학습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장비가 좋아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제대로 학습만 되어 있고 평소 관리를 잘 해왔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해양세계를 경험하고 도전정신을 키워 힐링을 통해 삶의 활력을 가져오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에 이러한 학습은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다. 여러 학습과 경험을 통해 배워가면서 점차 범위와 수준을 올려가는 것도 해양레저를 즐기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일본은 안전한 보팅을 위한 레저강의를 제조사와 마리나에서 시행



대표적인 선외기 제조사인 일본 야마하는 직접 레저보트를 제작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2006년부터 시작한 YAMAHA Marine Club Sea Style에서 보트 렌트사업을 일본 140개 마리나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처음 보트를 렌트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레저강의’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요코하마의 베이사이드 마리나(Yokohama Bayside Marina)의 경우 인당 9,900엔의 교육비로 3명 정원의 3시간 강의를 통해 지역 내 해상 규정, 렌털 보트의 사양, 기본 조작법, 장비 사용법 등에 대한 것과 항행 규칙, 항행 가능 해역, 지도 보는 법을 비롯하여 실제 일부 구간은 직접 항해를 해보는 실습 교육도 포함된다. 동경의 뉴포트 에도가와 마리나(Newport Edogawa Marina)는 최종 이용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재수강해야 하며, 안전한 레저강의를 수강했다면 중급단계인 확대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데 수강료 1만 8,700엔으로 보다 넓은 지역을 항해하는 원거리 항해 학습을 할 수 있다.


실제 연안에서 발생하는 레저 선박 사고는 낯선 지역에서 운항할 경우 수심을 고려하지 않은 좌초, 항해 시 급발진, 급선회로 인한 동승자 부상, 다른 선박과의 항행 시 문제, 어망, 암초 등 위험지역 등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피항하는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는 주요 포인트까지 인근 지역 항행 시 유의점을 영상으로도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보트 사용자가 충분히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 인근 항해유의 영상 캡처


해양레저 저변 인구를 넓히기 위한 렌털 보트


해양레저 활동은 고가의 장비를 다뤄야 하므로 초보 사용자가 바로 장비 구매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당장의 소유보다는 경험을 통해 점차 해양레저에 대한 즐거움과 확신이 생긴 후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성급한 구매보다 오랜 기간 해양레저 사용자로서 지속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성급한 구매는 불필요한 구매인 경우도 많아 경제적 손실은 물론 해양레저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YAMAHA Marine Club Sea-Style

일본은 야마하 마린클럽의 렌털보트를 통해 이러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보트 운항 면허를 취득하는 단계부터 보트 운항과 장비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도 학습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양레저에 대한 자신감과 친숙함을 느끼게 되어 이후 친구, 가족, 비즈니스 목적의 재방문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첫 시작의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단계적인 해양레저 학습 능력 향상은 다수 일반인에게 해양레저산업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해양레저산업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보팅사용자를 위한 항해지도 보급


유럽에서 개최되는 보트쇼의 주요 참가업체 중 하나는 각국의 관광청이다. 보트와 요트로 자기 나라의 마리나와 주요 해양관광지를 방문해달라는 목적의 홍보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발틱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독일 뒤셀도르프 보트쇼에서 Sail in Estonia라는 지도를 배포하였는데 이는 Visit Estonia 라는 관광 프로모션의 일환이었다. 이 지도에서는 마리나 위치를 비롯하여 인근 국가와의 항해 거리, 주요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의 연계 등이 나타나 있으며 홈페이지에는 인근 관광지 정보가 자세하게 표기되어 있다.


Sail in Estonia

일본도 마리나 인근 주요 피싱 포인트와 항해지역을 알려주는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등대, 대형 건축물 등 항해 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와 부표, 연안과의 거리, 피해야 할 지역과 잘 잡히는 어종을 그림과 위치까지 표기되어 있다. 선박 운항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제작되어 항해 이전 교육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도록 레저 선박에 비치하여 초보자의 선박 운항 시 참고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나라도 무엇을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준비해야 할 때


배워야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선 고통이다. 언젠가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되고 인공지능화되면 배워야 할 것이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학습하고 성장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은 어쩌면 인간만이 가진 가치일지도 모른다. 특히 경험이 중요한 해양레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 가치는 더 높을 것이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는 정부와 업계가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사용자는 적극적으로 이 학습에 동참하고 배울 때 안전한 해양레저 질서와 문화가 제대로 형성될 것이다.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 임대보트 항행구역 및 낚시 포인트


글쓴이 : 김충환 경영학 박사, 경기도청 전문위원


출처 : 현대해양(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25)